3월 8, 2018

예술가의 자화상

Mary Cassat, America, 1844. Portrait of the Artist, 1878. Watercolor painting, 60 x 41.1 cm.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3월 8일은 여성의 날입니다.

19세기 미국 인상주의 화가 메리 카사트(Mary Cassat, 1844-1926)의 작품은 대부분 여성의 일상을 담고 있습니다. 20세기 중반 페미니즘 작가들처럼 여성의 사회적 차별에 대해 직접적으로 표현하진 않았으나 카사트는 특유의 예민한 관찰을 기초로 남성이 잘 모르는 여성의 공간과 경험을 그려냈습니다.

카사트는 당시 파리 예술계의 주류인 전통 아카데미에 대해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동시에 카사트는 작품을 전시하기 위해 자신의 여성성을 이용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카사트는 결국, 1877년 몇 차례 참여한 경험이 있는 파리 살롱에 작품을 출품했지만 처음으로 모두 거절당하게 됩니다. 이때 카사트를 눈여겨본 에드가 드가(Edgar Degas)는 인상파 전시회에 초대하게 됩니다. 카사트는 “드가의 초대는 내 인생을 바꾸었다”고 말하며 평소 존경하던 드가의 초청을 기쁜 마음으로 승낙하였습니다. 카사트는 1878년에 계획된 인상파 전시회를 위해 작품을 준비합니다. 이 시기 즈음 카사트는 본인의 자화상을 제작합니다.

드가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이는 카사트의 자화상은 보색 대비의 회록색의 배경 속에 비대칭적이면서 대담한 자세로 의자에 기대어 있는 자신의 모습을 표현합니다. 수채화 물감과 과슈를 혼합하여 사용한 이 작품에서 이전과 다르게 자유롭고 꽤 대담한 붓터치와 과감한 생략이 이루어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 작품은 카사트의 절친한 친구이자 미술작품 수집가, 페미니스트인 루이진 헤이브 마이어(Louisin Havemeyer, 1855-1929)가 1879년에 구입하였고, 이후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 기증합니다.

1879년 인상파 전시 이후, 스튜디오의 경계 안에 있던 카사트는 일상적인 주제에 대한 관심으로 다른 인상파 화가들처럼 직접 밖으로 나가 그림을 그리기 시작합니다. 이후 카사트는 노환으로 인해 사실상 실명 판정을 받게 되는 1914년까지 왕성한 작품 활동을 이어갑니다. 1915년, 작품 활동의 거의 불가능한 상황에서도 카사트는 여성참정권 운동을 지지하기 위해 11개의 작품을 전시하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