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2, 2018

유목증후군 프롤로그 - 최고은의 노마드 퍼포먼스

최고은, 대한민국, 유목증후군 프롤로그 - 최고은의 노마드 퍼포먼스, 2018. 퍼포먼스, ©ELEPHANTSPACE

“당신의 정서적 고향은 어디입니까?”

싱어송라이터 최고은은 우리에게 위와 같은 존재론적 질문을 던집니다. 그의 질문은 고요한 호수 위에 돌을 던져 생기는 잔잔한 파동처럼 여러 단어와 말이 뒤섞인 문장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타납니다. 이번 <유목증후군: 어둠이 낮보다 먼저 오듯>(이하 유목증후군) 프로젝트는 나를 안다는 것, 당신을 안다는 것, 우리가 어디에서부터 시작하였고, 서로 어떻게 ‘연결’되고 있는지 등의 삶을 이해하는 다양한 방법을 모색합니다.

<유목증후군> 전시실 전경, 사진.조한희
<유목증후군> 전시실 전경, 사진.조한희

‘유목증후군’ 프로젝트에서 선보이는 전시 내용은 역사 기록과 예술가가 남긴 파편, 그리고 동시대 작가들이 만든 오늘날의 ‘리듬’이 서로 큰 연관성을 갖지 않으면서도 개별의 자료 군집은 미술사학가 아비 바르부르크가 말한 서로 ‘좋은 이웃’이 될 수 있는 여지를 만듭니다.

<유목증후군> 전시실 전경, 사진.조한희

음악, 회화, 사진, 미디어 작업으로 구성된 이번 전시는 서로 좋은 이웃처럼 원형으로 배치하고, 이들의 작업이 태초에는 하나의 이야기에 뿌리를 두고 있음을 가정합니다. 7월 20일에 개최한 오프닝 퍼포먼스 <프롤로그: 최고은의 노마드>를 시작으로 전시 기간 펼쳐질 3개의 연계 프로그램은 뿌리의 존재 여부를 확인하며 유목적인 삶에 대한 태도를 묻고 답하는 형식으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퍼포먼스 시작을 기다리는 관람객, 사진. 조한희
인사하는 퍼포머 최고은, 사진. 조한희

먼저 <프롤로그: 최고은의 노마드>는 수십 명의 사람이 모여 원형을 만들고, 그 원형 속에 최고은은 음악, 글, 그림, 기록영상, 그리고 침묵으로 40분의 멜로디를 만들어 냈습니다.

최고은은 짧은 퍼포먼스 소개와 함께 앨범 <노마드신드롬> 수록곡인 ‘가야’를 불렀습니다. “말을 타고 세상 구경한다. 빙글빙글 도는”라는 노래 가사는 중의적 표현으로 ‘타는 말’이기도 하며 ‘입에서 나오는 말’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이번 <노마드신드롬> 수록곡 중 가장 흥이 넘치는 <가야>는 가사의 말놀이만큼 중요하게 보아야 할 것이 음악의 형식입니다.

그는 낭독에서 “음악은 자연스럽게 몸에서 흘러나와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어 그는 음악을 시작하게 된 이유이자, 동시에 멀리할 수밖에 없었던 “국악”이 최고은 음악의 뿌리였음을 알게 되었다고 고백합니다. <가야>는 처음으로 돌아가 그의 몸이 기억하는 대로 국악 리듬을 표현한 곡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최고은은 ‘가야’를 퍼포먼스의 첫 시작 곡으로 선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가야>를 부르는 최고은
<가야>를 부르는 최고은

짧은 음악 다큐멘터리(9분 43초)는 최고은 밴드의 유럽 공연을 기록 영상으로 담았습니다. 퍼포먼스에서는 하이랜더(Highlander)를 부르기 전에 이 다큐멘터리를 선보입니다.

영상은 최고은을 중심으로 일어나는 소소한 사건을 보여줍니다. 추운 아이슬란드 동토 지역에 자동차 바퀴가 빠져 버리는 상황과 생소한 스페인어 인사말을 외우지 못해 난감해하는 최고은, 그리고 음악을 대하는 그의 밴드의 진지한 얼굴이 보입니다. 영상의 배경음은 <노마드신드롬>의 노래가 육성 없이 흘러나옵니다. 그렇게 완성한 이번 곡은 또 하나의 이야깃거리가 됩니다. 그렇다면 왜 이들은 멀고도 낯선 땅에서 무엇을 발견했을까요? 최고은은 영상 말미에서 아래와 같이 말합니다.

“나는 원한다. 나의 영혼이 자유롭기를, 가볍기를, 용기 넘치기를, 현실에 질식되지 않기를, 예측할 수 없는 미래에 파고 들어가기를. 알맹이는 남고 아우성만 살고 그리고 다시 돌아오고 원래 지녀야했던 우리의 모습으로, 있어야 했던 제자리로. 주어를 회복한 우리의 삶으로.”

다큐멘터리를 감상하는 사람들, 사진. 조한희
다큐멘터리를 감상하는 사람들, 사진. 조한희
하이랜더를 부르는 최고은, 사진. 조한희

유목증후군 프로젝트는 여러 질문에 대한 우리의 대답을 기다리는 다원예술 프로젝트입니다. 우리가 어디에선가 왔다면, 우리는 또다시 어디론가 가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내일의 그곳에서 위의 물음을 다시 마주하게 될 것입니다.

이제 물음에 대답하기 위해 3주간의 유목증후군 프로젝트는 7월 26일 <아티스트 토크 - 음악과 사진>을 시작으로 8월 3일 <아티스트 토크 - 기억의 꼴라주>, 그리고 마지막은 최고은 밴드의 <노마드신드롬> 공연으로로 끝을 맺습니다.

전시는 8월 12일(일)까지.

두 개의 아티스트 토크가 진행될 예정입니다.
먼저 보스토크 서정임 진행으로 최고은, 최요한, 황현우가 ‘음악과 사진’에 대한 각자의 생각을 이야기할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사진: 최요한의 Nonlinear Amalia 중에서

아티스트 토크 I - 음악과 사진
2018년 7월 26일(목) 오후 8시 (90분 예정)
진행: 서정임(보스토크 매거진)
패널: 최고은, 최요한, 황현우
가격: 1.5만원

토크 신청하기

다원 예술 프로젝트에 참여한 싱어송라이터 최고은, 포토그래퍼 최요한, 베이시스트 황현우, 그리고 보스토크 매거진 동인 서정임과 함께 전시주제와 작업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서정임의 진행으로 참여 작가 그룹은 “당신의 고향은 어디인가요?”와 같은 사전에 몇 개의 질문을 받고 대답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합니다. 음악과 사진으로 기억되는 '유목하는 삶'을 보게 될 것입니다.

전시 소개 중에서
"싱어송라이터 최고은은 전시 <유목증후군>의 동명 앨범인 <노마드신드롬>의 제작과정과 전반의 기록 영상, 사진, 기록물을 선보인다. 그는 “당신의 정서적 고향은 어디인가요?”라는 이번 전시에서 핵심이 되는 질문을 던지며, 동시대의 유목적 삶에 대한 생각을 음악 작업으로 표현하고 공유한다. 전시실에서 마주하게 되는 <노마드신드롬> 악보는 감상자에게 놀라움을 준다."

"사진작가 최요한은 ‘유목’과 ‘증후군’이라는 키워드로 마치 줄타기 하듯 균형을 맞춘 최근 작업을 선보인다. 그는 자신의 사적인/공적인 기억을 작업의 모티브로 사진과 텍스트 작업을 이어온 작가이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채집한 사진과 텍스트를 엮은 작업을 보여준다. 그는 사진이 무언가를 절단시키고 고립시키는 민첩한 매체라 생각하며 작업의 파편을 늘어놓는 방식과 작업을 한데 묶어 보는 방식으로 감상자의 해석을 확장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