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토끼
음력 1월 15일.
한중일 동아시아 3국에서는 음력 1월 1일 이후 첫 보름달이 뜨는 날을 특별히 여긴 오랜 역사가 있습니다. 각 나라마다 이날을 칭하는 이름과 풍습이 다른데, 우리나라는 “정월 대보름”(또는 짧게 “대보름날”)이라고 부르며 한반도만의 여러 독특한 풍습들을 행해 왔습니다.
이 판화를 그린 19세기 일본 신판화 작가 오하라 코손(Ohara Koson, 1877-1945)은 도쿄에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작가는 '러일전쟁'을 주제로 한 우키요에(Ukiyo-e) 작품을 몇 점 남기기도 했지만, 주로 ‘꽃과 새’를 주제로 한 화조화(Kacho-ga)를 많이 그렸습니다. 코손은 자신의 작품을 홍보해주는 편집자에 따라 이름을 바꿔 사용했는데, 그의 첫 작가명은 스승인 스즈키 카손(Suzuki Kason)의 이름을 비슷하게 따른 ‘코손’이었습니다. 이후에는 다른 편집자들과 작업하며 ‘쇼손’과 ‘호손’이라는 이름으로 변경해 사용했습니다. 그는 한 편집자와 ‘호손’으로 활동할 시기에 해외에서 성공적인 전시를 성황리에 마쳤고, 특히 미국에서 그의 그림이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외국에서 그의 작품을 콜렉트하는 소장가도 있을 정도로 유명세를 떨쳤지만 당시 모국인 일본에서 그는 잘 알려지지 않은 화가였습니다. 오늘날에 와서야 일본에서는 그의 작품을 재조명하는 전시가 많이 생겨났습니다.
코손은 주로 화조화(kacho-ga)를 주제로 많은 목판화를 창작했지만, 이 작품에서는 두 마리의 토끼와 밝은 보름달을 묘사했습니다. 일본에서도 새해의 첫 보름달이 뜨는 음력 1월 14일부터 16일을 기리며 ‘소정월(小正月)’이라고 칭합니다. 이뿐만 아니라 한중일 세 나라의 설화에는 토끼가 선녀와 함께 달에 살고 있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오는 공통적인 문화코드가 존재합니다. 그 때문일까요? 이국적인 일본의 판화가 그 어느 때보다 친숙하게 느껴집니다.
지난 밤에는 기해년 첫 보름달인 슈퍼문(Super Moon)이 떴었다고 합니다. 2028년이 되기 전까지는 이렇게나 크게 뜬 보름달을 볼 수 없다고 하는데요. 여러분들도 오늘 밤에는 평소보다 더 환하게 뜬 달을 바라보며 한 해의 희망을 간절히 소망해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