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란꽃
24절기 중 봄을 알리는 시작, 춘분(春分)입니다.
춘분은 과학적으로 태양 황경이 0°가 되는 때라고 합니다. 따라서 오늘부터는 하루 중 낮의 길이가 밤의 길이보다 길어진다고 합니다. 서양에서는 다른 이름(March Equinox or Spring Equinox)으로 칭하긴 하지만, 춘분과 같은 이 날을 ‘봄의 시작’이라고 여긴 긴 역사가 있습니다. 또한, 기독교 문화에서는 이때가 부활절 계산의 기준점이 되기 때문에 3월 21일을 매우 중요한 날로 여깁니다.
우리가 봄을 실감하는 건 곳곳에서 만발하기 시작하는 ‘꽃’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요. 위의 그림은 중국 청나라(1616–1924)의 화가 조지겸(趙之謙 또는 Zhao Zhiqian, 1829-1884)에 의해 그려진 모란꽃입니다. 모란꽃(또는 목단화, peony)은 난초와 함께 3월 말과 4월 초를 대표하는 꽃이자, 동양의 예술사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꽃무늬 중 하나입니다. 모란은 특별히 여성성을 암시하는 꽃으로도 알려졌습니다. 관상식물이었던 모란꽃이 장식으로 많이 쓰인 시기는 당대(唐代, 618-907)부터 입니다. 장식 문화가 발달하면서 당나라 여성들 사이에 모란꽃을 활용해 머리 장식을 하는 것이 유행이 시작되었고, 송대(宋代, 960-1276)에 가서는 남성들도 관모에 모란 및 작약 등을 꽂는 것이 성행하였습니다. 송나라의 기록에서 모란은 난초, 연꽃과 함께 ‘최고 품격의 꽃’이라 일컬어졌습니다. 꽃이 풍성하고 색 또한 화려해서 ‘화왕(花王)’ 또는 ‘부귀화(富貴畵)’라는 별칭으로 불리며, 부귀와 번영의 상징으로 회화, 공예, 복식 및 건축 분야에서 활발히 쓰였습니다. 명대(明代)에는 봄의 상징인 모란과 함께 여름을 상징하는 연꽃, 가을의 국화, 겨울의 매화를 조합해 제작한 일년경 년의 풍경, 一年景)이 인기를 구가하기도 하였습니다.
꽃을 통해 즐거움을 얻었던 다양한 방식은 오늘날에도 계속되지만, 오늘은 유독 곧 활짝 필 꽃들이 기대되는 하루입니다.
여러분들이 가장 좋아하는 봄꽃은 무엇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