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카 슐레머(Oskar Schlemmer, 1888-1943)는 독일 출신의 화가, 조각가, 무대작업가, 무용수로서 다양한 예술 활동을 했습니다. 그는 발터 그로피우스(Walter Gropius, 1883-1969)에 의해 초대되어 1921년부터 29년까지 약 8년 동안 바우하우스에서 조형 마이스터로 재직하며 뛰어난 업적을 남겼는데요. 그가 다른 마이스터들과 차별되는 점은 순수한 조형 요소와 더불어 인간을 주제로 한 ‘바우하우스 양식’에 기여했던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특히 무용에 관한 많은 구상을 하였는데, 이는 그가 극작가의 아들로 태어나 어려서부터 무대와 친숙한 삶을 보냈던 과거와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특히 슐레머의 작품 세계는 그의 스승이자 독일 화가인 아돌프 횔첼(Adolf Hölzel, 1853-1934) 로부터 영향을 받은 교육 철학과 함께 폴 세잔의 입체주의 그림을 접하게 된 경험이 그가 형태주의를 고수하게 되는 데 결정적인 사건이 됩니다.
슐레머가 바우하우스의 여러 공방 중에서 가장 커다란 성공을 거둔 분야는 ‘무대 공방’이었습니다. 위의 사진에서 엿볼 수 있는 무대 작업은 무대 디자인 뿐만 아니라 연기자의 동작 및 의상 등 여러 매체가 긴밀하게 조합된 예술의 형태입니다. 형태주의자로서 그는 인물의 유형 창조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모든 시대의 미술가들이 과제로 삼았던 영원히 새롭고 위대한 테마”라고 일컬을 정도로 예술을 함에 있어 궁극적 목표로 삼았는데요. 그는 무대를 통해 ‘특정한 공간 형태와 색채가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이러한 실험으로 인물들이 입는 무대의상은 기하학적으로 제작되었으며, 무용수들은 마치 로봇처럼 움직였습니다. 이는 새로운 기계시대의 의미를 보여주는 동시에 과학과 예술의 역사를 잇는 것이었습니다.
슐레머의 영향은 새로운 퍼포먼스를 형태학적으로 개척했을 뿐만 아니라, 인간의 신체에 대한 독창적인 사고를 남겼습니다. 그의 인간 유형 디자인은 오늘날에도 팝아티스트 레이디 가가(Lady Gaga)의 뮤직비디오와 패션 디자이너 알렉산더 맥퀸(Alexander McQueen 1969-2010)의 작품 세계에서 재현될 만큼 장르를 초월한 다방면의 아티스트에게도 영감을 주었고, 현재에도 끊임없이 모더니즘 스타일로 재탄생되고 있습니다.
여러분들도 이와 비슷한 바우하우스의 감성이 느껴지는 디자인이 떠오르시는게 있으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