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9, 2019

요시와라의 밤 풍경

Katsushika Ōi, Japan, 1800. 요시와라의 밤 풍경, 1850. Wood Block Print, 30 x 40 cm. Ukiyo-e Ota Memorial Museum of Art. ©Ukiyo-e Ota Memorial Museum of Art

봄은 꽃과 함께 시작해 바람에 흩날려 사라집니다. 유독 봄의 벚꽃은 짧은 개화시기 만큼이나 아련한 감정을 불러옵니다. 여러분도 벚꽃 좋아하시나요? 낮에 핀 화려한 벚꽃을 구경하는 것도 좋지만 어두운 밤하늘 별을 머금은 벚꽃을 바라보는 것도 아름답습니다.

일본 우끼요에 화가 가츠시카 오에이(1800-1866)가 그린 작품에서 밤의 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오에이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화가 가츠시카 호쿠사이(1760-1849)의 딸이기도 합니다. 개항 이전부터 오에이는 당시의 원근법 등의 서양 화법을 익혀 자신의 그림에 담았는데요. 오에이는 명암과 대비법에 매료되어 빛과 그림자를 굉장히 섬세하게 그려냈습니다. 어둠 속에 빛을 표현한 네덜란드 화가 렘브란트를 떠올리게 하는데요. 그녀의 아버지인 호쿠사이도 명암에 대해 잘 알고 있었지만, 오에이는 더욱 집요하게 빛을 묘사하기 위해 몰두했습니다.

호쿠사이 자녀들은 호쿠사이를 도우며 어린 시절을 보냈는데, 그중에서도 오에이의 그림 실력은 가장 뛰어났다고 합니다. 오에이의 작품은 현재는 10여점만 알려져 있는데, 호쿠사이 작품 중 실제로는 딸과 공동 제작한 작품이 상당수 있을 거라 전문가들은 추측합니다. 말년에 눈이 이 어두어진 호쿠사이가 색채 쪽에서 오에이의 도움을 받았을 가능성이 큽니다. 또한 몇몇 작품은 말년에 표현하기에는 선이 섬세했기 때문입니다. 아버지 호쿠사이도 아름다운 여성을 묘사하는 데에 있어선 오에이를 따라갈 수 없다고 말했는데요.

별이 총총 떠 있는 밤하늘을 밝히는 등불과 그 등불의 빛을 온전히 자기 것처럼 받아들여 뽐내는 벚꽃의 묘사. 그리고 여성스러운 자태를 뽐내며 단순히 모델로서 그림에 등장하는 것이 아닌 주체적으로 시를 쓰고 있는 여성은 오에이 작품 세계관을 엿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벚꽃을 사랑하는 이유가 사라지는 아름다움에 대한 그리움이 아닐까요? 사라지는 아름다움은 계속 볼 수 없기 때문에 안타깝고 슬프긴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대조적으로 그 순간을 더욱 찬란하게 빛내주는 것 같습니다.

봄비가 벚꽃을 적셔 사라지기 전에 오늘, 일 년에 한번 뿐인 벚꽃을 감상하시는 건 어떠세요?

Beauty Viewing Cherry Blossoms at Night, 밤(夜) 벚꽃의 아름다움, public doma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