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7, 2019

이미지로 공감하는 고통 - 퓰리처상 수상의 카라반 행렬 보도 사진

Photography Staff of Reuters, 카라반 행렬, 2018. Photography, Reuters. ©Reuters

보도 사진은 글을 대신하여 이미지로 '지금, 여기' 혹은 밖에서 일어나는 사실을 담아냅니다. 보도 사진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기도 합니다. 베트남 전쟁의 참혹한 현장을 알린 <소녀의 절규> 사진은 반전운동의 불씨를 지핀 대표적인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보도 사진이 무조건 객관적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사진작가의 시선이 포착한 찰나의 순간에는 늘 주관적인 판단이 포함되기 때문입니다. “찍을 것인가, 말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처럼 말이죠. 비평가이자 여성인권 운동가였던 수잔 손택은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구도를 잡는다는 것이며, 뭔가를 배제한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수잔 손택은 프레임에서 벗어난 세계, 그것이 작가가 의도와는 다르게 읽히게 될 수 있는 현실을 우려하였습니다. 이미지가 범람하는 오늘날, 우리는 이미지를 제대로 읽으려고 노력하고 있을까요? 오늘 소개해드리는 이미지는 여러분에게 ‘작은 고통’으로 다가서길 바라는 마음으로 준비하였습니다.

미국으로 건너 가려는 수천 명의 카라반(Caravan) 중 온두라스 출신의 40세의 이주여성 마리아 메자는 미국과 멕시코의 국경 벽 앞에서 다섯 살배기 쌍둥이 딸 사이라 메자(왼쪽)와 치어리 메자(오른쪽)와 함께 최루탄을 피해 달아나고 있다. 사진: 김경훈 / 출처: 퓰리처 공식 홈페이지

2019년 4월 15일 퓰리처상은 브레이킹 뉴스 사진 부분(Breaking News Photography)에 로이터 통신 사진팀을 선정하였습니다. 로이터 통신 사진팀은 중남미에서 미국 국경으로 넘어가려는 대규모 이민자 행렬인 카라반(Caravan)을 따라가 취재하였습니다. 로이터 통신 사진팀에는 한국의 김경훈 기자가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그는 다른 로이터 통신 기자들과 함께 카라반 행렬에 동참했고, 2018년 11월 미국 국경지대 앞의 긴박한 모녀 사진을 촬영하였습니다. 사진 속 엄마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캐릭터가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있습니다. 엄마는 최루탄의 연기를 피하기 위해 두 아이의 팔을 양손으로 끌어당깁니다. 엄마의 왼팔에 매달린 아이는 맨발입니다. 아마도 갑자기 터진 최루탄 가스를 피해 달아나려다 신발이 벗겨진 것으로 보입니다. 왜냐하면 오른쪽 엄마 팔에 매달린 아이는 신발을 신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사진이 공개된 이후, 트럼프의 이민 정책에 대한 비판으로 대신 말을 하는 언어로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퓰리처상 위원회는 로이터 통신 사진의 수상 이유를 “이민자의 긴박함과 절박함, 그리고 슬픔을 생생하게 표현하였다”고 밝혔습니다. 우리는 이미지로 많은 감정을 전달받습니다. 오늘 읽어드린 이미지가 오늘날 동시대의 슬픔을 함께 공감할 수 있길 바랍니다.

미국 해병대가 국경 지대의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 사진: Adrees Latif / 출처: 퓰리처상 공식 홈페이지
미국에 도착한 안드레아 니콜 아리타(10)가 미국으로 불법 입국하기 위해 국경 장벽 아래 구멍으로 기어가고 있다. 사진: Alkis Konstantinidis, 출처: 퓰리처 공식 홈페이지